
분열된 조국, 분열된 사람들『태백산맥』 제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좌우 이념 갈등이 민중의 삶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여순사건 이후 전남 여수·순천 일대는 전쟁과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단순히 정치적 구호로만 여겨지던 ‘이념’이 이제는 사람과 사람을 가르고, 가족과 이웃을 찢어놓는 칼날이 됩니다. 독자는 인물들의 입을 통해,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 분단된 조국이 낳은 이념의 모순과 그 폭력성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됩니다.하대치 마을 주민들은 점점 ‘빨갱이냐 아니냐’로 구분되며, 개인의 성격이나 행위보다 정치적 성향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시대에 놓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이 과정을 매우 생생하고 집요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묻습니다. 과연 이념은 인간보다 앞설 수 있는가? 이 시점에서 작품은 단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