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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하루의 산책 속에서 마주한 내면의 초상

이태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단 하루, 주인공의 경성 시내 산책을 따라가며 그의 내면을 밀도 높게 탐색하는 심리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움직임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은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충돌하고도 결국 고립된 채 돌아가는 한 지식인의 정신적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요약: 하루 동안의 외출, 그리고 끊임없는 되돌아옴주인공 구보는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나이만 스물여섯이 된 상태입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그는 어떤 목적 없이 걷기 시작합니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예전의 맞선 상대, 중학 동창, 다방 친구들, 과거 연인이 떠오르게 만드는 풍경들, 어린 소녀―은 모두 그에게 지나간 시간 혹은 실패한 관계의 잔영일 뿐입니다.그는 누군가와 완전히 연결되지 못하며..

이태준 『복덕방』, 몰락한 초시와 식민지 노년의 쓸쓸한 얼굴, 복덕방의 의미를 중심으로

이태준의 단편소설 복덕방은 일제강점기 말기 조선의 몰락한 양반계층을 통해 한 시대의 종말을 조용히 고발하는 풍자문학이다. 이 작품에서 중심 인물인 안 초시는 실제 과거시험에 급제한 적이 없음에도 스스로를 초시라 부르며 과거의 체면과 신분을 마지막 자존심 삼아 살아가는 노인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경제력도, 사회적 입지도 없지만 과거의 명함을 붙잡고 복덕방을 드나들며 헛된 투기 꿈을 품는다. 복덕방은 그에게 마지막 희망이자 현실 도피처이고 그 안에서 그는 끊임없이 숫자를 세며, 무의미한 계산을 반복한다. 안 초시의 삶은 철저히 과거지향적이며 변화한 시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인생 그 자체다. 이 작품은 그런 인물을 통해 체면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힌 조선의 가부장과 지식인의 말로를 가감 없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