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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실존의 문학: 한국전쟁이 던진 인간 존재의 질문

한국전쟁 문학에서 실존주의는 단순히 전쟁의 참상이나 민족적 비극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선택, 자유, 책임, 고독 등의 문제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특히 1950년대 중후반 이후의 전후문학에서 두드러집니다. 그 위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존주의의 개념과 한국전쟁 문학에서의 적용실존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확산된 철학 사조로, "인간은 존재 앞에 본질이 없다. 인간은 선택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입장을 취합니다(사르트르 등). 한국전쟁 문학에서 실존주의는 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전환하며, 민족적·집단적 서사를 벗어나 인간 내부의 윤리적 갈등과 ..

문학사 2025.06.29

갈 곳 없는 시대, 부서진 양심 — 이범선 『오발탄』이 던지는 전후 사회의 질문

작품의 개요와 시대적 의미한국전쟁이 남긴 가장 깊은 상흔은 총탄 자국이나 불타버린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버티는 사람들의 일상, 이념과 윤리 사이에서 조각난 인간 내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심'이라는 단어의 무력화였습니다. 이범선의 『오발탄』은 그러한 전후 사회의 풍경을 가장 집요하고도 통렬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지 전쟁의 비극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이 남긴 균열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삶을 지속하고, 혹은 무너지는지를 탐색합니다. 주인공 송철호의 삶과 가족의 붕괴주인공 송철호는 북에서 월남한 실향민입니다. 직업은 계리사 사무실의 하급 서기.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그는 늘 치통에 시달리고, 점심은 보리차로 때우며, 낡은 양말을 신고 하루하루를 버..

문학사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