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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단편소설 『돌다리』 깊이 읽기(줄거리 요약, 상징, 돌다리의 의미를 중심으로)

happy-sweetpota 2025. 7. 13. 00:07

근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오래된 이야기를 되짚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생각과 가치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태준의 단편소설 『돌다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한 의사가 고향을 찾아 부모와 갈등을 겪는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정서와 사유의 깊이는 세대, 가치관, 삶의 근거를 둘러싼 치열한 고민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아버지가 손수 고치고 있는 ‘돌다리’는, 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이 글에서는 『돌다리』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핵심 소주제를 통해, 인물 간 갈등과 화해, 전통과 근대의 충돌,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본질에 대해 함께 탐색해보겠습니다.

 

이태준의 단편소설 돌다리 깊이 읽기

 

 

1. 줄거리 요약 – 병원과 고향, 돌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들 창섭의 하루

이태준의 단편소설 『돌다리』는 도시에 사는 의사 창섭이 고향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창섭은 고향에 있는 논과 밭을 팔아 병원 확장 자금을 마련하고, 노부모를 서울로 모시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전통과 신념을 고수하며 땅을 팔지 않겠다고 말하고, 대신 성실하게 땅을 가꿀 사람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아버지가 돌다리를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창섭은 결국 그 다리를 건너 서울로 돌아가며, 아버지와 자신 사이에 놓인 인식의 간극과 정서적 거리감을 실감하게 됩니다.

 

 

2. ‘돌다리’와 ‘나무다리’가 상징하는 세계관의 충돌

작품 제목이자 핵심 소재인 ‘돌다리’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와 문화적 상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돌다리는 창섭의 할아버지가 놓고, 아버지가 고치며, 어머니가 시집올 때 건너온 역사적 장소입니다. 무겁고 튼튼하지만 고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삶과 그 지속성을 상징합니다.

반면, 면사무소에서 새로 놓은 ‘나무다리’는 가볍고 임시적인 구조로, 변화에 유연하지만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는 창섭이 추구하는 근대적 가치관, 실용성과 현실성 중심의 사고방식을 암시합니다. 이처럼 두 개의 다리는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철학과 세계관의 충돌을 형상화하는 장치입니다.

 

 

3. 인물 간의 갈등과 인식의 아이러니: 존경하지만 넘을 수 없는 거리

창섭과 아버지의 갈등은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서, 인식의 아이러니라는 문학적 구조로 심화됩니다. 창섭은 아버지의 고집스러움에 처음에는 설득하려 들지만, 점차 아버지의 신념과 삶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존경심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창섭이 그 신념을 인정할 수는 있어도 따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창섭은 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하지만, 자신은 그 전통 속에 온전히 속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독자는 창섭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모순과 갈등을 통해, 한 인간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의 분열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이태준의 문학 세계에서 흔히 등장하는 ‘근대적 인간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4. 땅의 의미: 물질이 아닌 정신의 근거로서의 토지

이 소설에서 아버지는 단순히 ‘땅을 팔지 않겠다’는 주장만을 고수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 땅은 하늘보다도 믿을 수 있는 존재, 즉 삶의 근거이자 정신적 지주입니다. 땅을 사고파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구화된 근대 사회의 물신주의를 반영하며, 아버지는 이에 맞서 자연과 노동, 정직함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자 합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관점은 단지 고집이나 완고함의 표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땅이라는 실체를 통해 ‘성실히 산다는 것’, ‘본질을 지킨다는 것’의 가치를 되묻는 철학적 태도이기도 합니다. 그가 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되, 진심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에게 팔고, 아들 창섭에게 그 대가를 조금씩 받아가라고 말하는 부분은, 전통을 단절이 아니라 지속과 재분배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5. 돌다리를 건너는 순간, 인물의 성찰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육체적인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정적인 소설처럼 보이지만, 창섭이라는 인물의 내면에서는 극적인 변화와 통찰이 일어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보며, 자신이 잃어버린 세계와 연결되는 법을 고민합니다. 결국 그는 서울로 돌아가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돌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단지 물리적인 귀환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의 정서적 이별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이별은 결코 냉정하거나 단절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는 아버지를 이해했고, 존경하게 되었으며, 자기 방식대로 삶을 꾸려나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도 한 인간이 가치관의 차이 속에서도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돌다리』는 단지 세대 간의 충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학적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마무리하며

이태준의 『돌다리』는 단순한 가족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1930년대 한국 사회의 가치관 충돌, 근대적 인간의 정체성 위기,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고등학생 여러분에게 이 작품은 단지 줄거리 암기가 아닌, 세대 간의 소통, 정체성의 성찰, 문학의 상징적 구조 해석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