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

문학의 시대, 1960–1980: 변화의 물결 속에 피어난 한국문학의 진면목

happy-sweetpota 2025. 6. 27. 13:20

1960-1980년대 한국문학 책의 모습

 

1. 격동의 시대, 문학이 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는 한국현대사에서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격렬한 변곡점이었습니다. 4·19혁명, 5·16쿠데타,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그리고 박정희의 경제발전과 그늘 속에서 문학은 민중의 분노와 희망, 억압과 저항을 증언하고 반영하며 발전해 나갔습니다. 이 시기는 문학 장르별 변주와 실험이 활발해졌던 시기로, 시·소설·극·전문비평·비주류문학이 풍성하게 성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대별 흐름과 주요 작가, 작품, 문학적 특징을 차근히 살펴보겠습니다.

 

2. 1960년대: 혁명과 현실의 충돌

2-1. 4·19와 현실 참여 의식

1960년 4·19혁명은 문학계에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기존의 관념적·서정적 시는 민주와 저항의 에너지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윤동주의 유고시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되었고, 김수영·조지훈·이상화 등은 현실 참여 시인으로 격상되었습니다.

2-2. 프로 문학·창작과 비평의 발달

「현대문학」, 「문학사상」 등 문예지는 사회 비판과 적극적 참여를 아우르는 ‘프로’ 지향 문학지로 거듭났습니다. 비평가 유하 조우회 등은 체제와 문학 양식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새로운 문학담론을 형성했습니다.

2-3. 사회 비판과 지역 서사

박완서, 이청준, 이문열 등의 소설가가 귀환했습니다. 이 시기 소설은 분단과 가난, 여성 문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중심으로 사회를 압축적으로 그렸습니다. ‘내 마음 속의 풍경’을 넘어 시대 현상과 맞서는 문학으로 확대되었습니다.

 

 

1960년대 문학운동: 문학과 혁명의 교차점

4·19 혁명 이후 문학계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현실 참여를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참여문학’은 단순한 시대 비판을 넘어 존재론적 성찰까지 확장되며, 작가 개인이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김수영의 시 「풀」은 단순한 자연 이미지로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억압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민중의 상징으로 널리 해석되었습니다. 문학은 더 이상 순수 예술에 머무르지 않고, 민중의 고통을 담아내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1960년대는 문학 내부의 이념적 논쟁이 활발해진 시기입니다. 특히 ‘문단문학’과 ‘현장문학’ 사이의 이념적 충돌은 이후 1970년대 민중문학의 탄생에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이청준, 김승옥, 오정희 등은 인간의 실존과 자아의 문제를 사회적 맥락 안에서 녹여내며 ‘참여문학’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3. 1970년대: 억압과 저항의 문학

3-1. 산업화와 소외의 서사

1970년대는 박정희 경제개발의 전성기. 이때, 산업화 · 가치신화 뒤에서 피폐해지는 노동자와 농민, 도시 빈민의 목소리가 소설과 시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등은 사회 구조와 개인 정체성, 소외 문제를 보편적인 질문으로 끌어올렸습니다.

3-2. 민중·해방·분단 문학

1980년대를 준비하는 이 시기는 민중주의 문학이 강화되었습니다. 조정래, 이인화, 황석영 등은 분단의 상흔, 통일의 열망, 안보 이데올로기와의 격돌을 현실 역사 속에서 담아냈습니다. 특히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운동연합 문학 단체가 조직되며, 작가로서의 실천적 태도를 다졌습니다.

3-3. 신화적·실험적·탈서사 문학

박상륭, 윤흥길, 성석제 등은 경쾌한 문체와 대중적 설정 속에 풍자와 은유, 이중적 의미를 심었습니다. 시적 모더니즘, 환상적 리얼리즘 기법도 수용되어 문학 장르의 경계가 확장되었습니다.

 

1970년대 문학운동: 산업화의 그늘과 민중의 눈물

이 시기는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와 함께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시로 유입되는 노동자와 농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작품은 도시빈민의 삶을 묘사하면서, 인간소외, 계급 격차, 재개발이라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단순한 노동소설이 아닌, 상징과 은유를 통해 깊은 문제의식을 전달하며, 문학이 현실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전범(典範)입니다.

한편, 황석영은 베트남 파병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객지』를 통해 한국인의 이중 식민성과 전쟁 참여의 모순을 날카롭게 고발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문학의 정치성뿐만 아니라 도덕성까지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농촌문학'과 '공장문학'이 부상하며 문학의 대중화가 촉진됩니다. 민중의 삶을 직시하는 서사는 당시 대학가와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도 널리 읽히며 문학이 사회운동의 일환처럼 여겨졌습니다.

 

4. 1980년대: 운동과 개인, 모순의 시대

4-1. 1980 광주와 문학의 정치성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은 문학의 무대를 건드렸습니다. 김지하, 최인훈, 정채봉, 송기숙 등은 저항적 연대 서사를 새롭게 구성하며 "민주와 통일"의 의제 속에서 문학의 역할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4-2. 개인의 길 찾기

민중 지향에서 벗어나, 개인의 욕망, 기억, 내면 갈등을 새롭게 탐색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김승옥의 장편소설들은 사회구조뿐 아니라 개인 심리를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4-3. 여성의 시선과 비주류의 등장

1980년대 중반 이후 여성 작가 (김지연, 최인호, 이금이 등)와 식민지·이주민 경험 중심의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전통적 권위에 도전하는 작품들이 문화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0년대 문학운동: 민주화 열망과 해체의 실험

1980년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이 문학 전반에 큰 충격으로 작용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 문학은 단순한 고발이나 묘사에서 나아가 ‘역사의 재서술’이라는 기능을 띠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정치적 구호를 넘어서 구체적 인물의 서사,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은 역사소설이면서도 현대사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내포하며, 광주항쟁의 민중 서사를 전통사극의 형식을 빌려 되살려낸 작품입니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집단기억의 복원이 문학의 과제로 떠오릅니다.

이 시기 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장르 간 경계의 해체입니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시와 산문, 희곡과 소설 사이의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한 작가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경우도 흔해졌습니다. 예컨대, 이문열은 소설을 통해 철학적 담론과 정치적 현실을 동시에 조명했으며, 김지하는 시에서 민중의 전통적 언어와 불교적 사상을 엮어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5. 장르별 흐름

5-1. 시

  • 1960년대: 참여시와 새로운 서정. 김수영·신경림·이경자.
  • 1970년대: 모더니즘 내면풍경. 고은·정호승·이성복.
  • 1980년대: 본격 정치 시, 여성 주체 시각의 시도 확대. 나희덕·이성동.

5-2. 소설

  • 전후 복구기: 사회 재건·전통 해체. 박완서·황순원.
  • 1970년대: 저항·민중 문학. 조세희·이청준·황석영.
  • 1980년대: 자기 탐색·기억·정체성. 이문열, 김승옥, 신경숙·공지영 등 여성 서사의 성장.

5-3. 극·희곡

김우진·유치진 이후의 급진 희곡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조명됩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김지하·이문열의 희곡, ‘한국현대연극협회’ 중심으로 독립 창작극이 활발해졌습니다.

5-4. 비평·문학지

이 시기 문예지에는 사회비평과 문학경향 분석이 풍부하게 실렸습니다. 손종덕·안도현·최재서는 현실과 문화정책을 비판하며, 여성주의 비평·아카이브 운동도 시작되었습니다.

 

6. 주요 키워드 비교

시대/키워드/대표작가/특징

 

1960년대 4·19 혁명, 참여, 현실 김수영, 박완서 사회적 각성과 현실 반영
1970년대 산업화, 억압, 소외 조세희, 황석영 민중·노동 등 서사 강화
1980년대 5·18/6월 항쟁, 개인, 여성 이문열, 김지연 저항 넘어 자유·주체 내면 탐구
 

 

 

7. 문학과 언론, 출판의 변화

1960년대~80년대는 문학이 출판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로 들어선 시기이기도 합니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세계의 문학』 등 주요 문예지는 단순한 창작의 장을 넘어서 사회비평, 철학, 문화 논쟁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이들 문예지는 당시 대학가와 지식인 사회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작가들이 문단 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벗어나 보다 공개적이고 사회적 발언의 공간을 갖게 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신춘문예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착되며 젊은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8. 여성 문학의 등장과 확장

1970년대 후반부터 여성 작가들의 본격적인 부상이 시작됩니다. 박완서, 오정희, 김혜순, 공지영 등은 여성의 내면적 갈등, 가부장적 구조 속의 억압된 욕망, 성별 분리와 불균형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남성 중심의 서사 구조에 도전합니다.

이들의 작품은 단순한 여성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억압과 인간 조건을 반영하는 문학으로 자리 잡습니다. 특히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한 여성이자 시민으로서 겪은 전쟁과 피난, 가부장의 구조를 사실적으로 풀어내어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시기 여성문학은 감성적이되 사변적이고, 내밀하되 집단적인 고통과 연결되는 이중 구조를 지녔습니다. 이는 훗날 1990년대 여성주의 문학의 결정적 기반이 됩니다.

 

9. 정리 및 문학사의 의의

1960~1980년대의 한국문학은 단순히 작품의 흐름만이 아닌, 사회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고 확장해 간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한국문학이 ‘문학다운 문학’으로서 역할을 다했던 황금기이자, 동시에 정치적 억압과 상업주의의 침투 속에서도 예술성과 사회성이 균형을 이루려 했던 ‘모순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의 문학은 우리가 현재 문학을 이해하고,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 문학을 구상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이 이 시기의 작품과 문학운동에서 영감을 얻고 있으며, 한국문학의 뿌리는 여전히 이 시기에 단단히 뻗어 있습니다.

 

10. 마무리: 문학은 살아있는 증언이다

결국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문학은 ‘한 사회가 얼마나 아팠는가’, ‘그 고통을 어떤 말로 기록했는가’에 대한 깊은 답변입니다. 문학은 우리 사회가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시기의 문학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힘은 바로 “기억하고, 저항하며, 사유하고, 인간을 믿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