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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돌다리』 깊이 읽기와 수업 적용 방안(돌다리를 건너며 깨달은 것들 – 세대와 가치의 간극을 묻다)

서론: 전통과 근대를 가르는 다리 위에서

근대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오래된 이야기 속을 헤매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적 가치를 살고 있으며, 무엇을 잊고 있는지를 되묻는 성찰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태준의 단편소설 『돌다리』는 시골 농부인 아버지와 도시의사인 아들 창섭 사이의 갈등을 통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돌다리』 속 상징과 인물, 배경을 깊이 있게 해석하면서, 실제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과 질문, 교사로서 주목할 만한 수업적 인사이트를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태준 돌다리 깊이 읽기 와 수업 적용 방안

 

1. 세대 간 가치 충돌의 구조로 읽기 – ‘돌다리 vs 나무다리’

작품의 중심에 있는 '돌다리'는 아버지 세대가 지켜온 전통과 성실함의 상징이며, ‘나무다리’는 아들 창섭이 살아가는 효율성과 실용 중심의 근대적 사고방식을 상징합니다. 이 둘의 대비는 단순한 시설물의 대조가 아닌, 세계관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수업활동 제안

  • 토의 활동: "돌다리를 고집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시대착오적인가, 아니면 철학적인가?"
    → 학생들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토론하도록 합니다. 단순한 감정 판단을 넘어서 가치 기준에 대한 탐구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 그래픽 오거나이저: ‘돌다리’와 ‘나무다리’의 상징적 의미를 시각화하여 정리해보는 활동. 인물의 사고방식과 연결해 보는 훈련이 됩니다.

 

 

2. ‘인식의 아이러니’ 개념 적용하기 – 이해하지만 닮을 수 없는 세계

창섭은 아버지의 세계를 비판하다가 결국 감탄하며 떠나지만, 그 신념을 온전히 따르지는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 비평 용어로서의 ‘인식의 아이러니’입니다.
→ 이는 “존경하지만 결국 따를 수는 없는 태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교실 적용 포인트

  • 문학 개념어 학습: '인식의 아이러니'라는 개념을 통해, 문학 작품 속 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감을 인식하게 합니다.
  • 창의적 글쓰기 활동: "나는 아버지와는 다르지만…"을 주제로 한 인물 내면 독백쓰기. 이 활동은 심리 묘사 훈련에 매우 유용합니다.

 

 

3. 땅의 의미 되새기기 – 물질적 가치 vs 정신적 가치

아버지에게 땅은 단지 재산이 아니라, 삶의 근거이자 철학의 표현입니다. 창섭은 그 땅을 팔아 병원을 키우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땅이 지닌 ‘의미’를 지키고자 합니다.
학생들에게 “땅을 파는 것이 왜 곧 삶을 파는 것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수업 아이디어

  • 에세이 과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땅’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 기술, 신뢰, 공동체 등으로 확장 가능. 현대적 가치의 재해석을 유도합니다.
  • 연극 또는 장면 재구성: 창섭과 아버지의 대화를 중심으로 짧은 연극 대본을 쓰고, 친구들과 역할극을 해보는 활동은 인물 심리의 이해를 심화시킵니다.

 

 

4. 결말 분석 – 다리를 건너는 의미, 멀어지는 것인가 가까워지는 것인가

창섭은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고 서울로 돌아가며 돌다리를 건넙니다. 이 장면은 외형적으로는 이별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성숙인식의 확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 이 다리는 단절이 아닌 통과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수업에서의 확장

  • 문장 분석: “돌다리를 건너 그날 저녁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 간결한 서술 뒤에 담긴 인물의 심리를 추론하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텍스트에서 찾아보는 훈련.
  • 후속 이야기 창작: ‘5년 후 창섭의 이야기’를 써 보게 하세요.
    → 학생 스스로 가치의 변화를 서사로 풀어보게 하면 문학적 성찰력 향상에 효과적입니다.

 

 

5. 교사를 위한 수업 인사이트 – ‘근대’라는 말의 온도를 되묻기

이 작품은 1930년대 소설이지만 놀라울 만큼 오늘날의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근대화’와 ‘발전’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흐름 속에서, 전통과 공동체적 가치가 소외되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고집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일 수 있습니다.

 

교사용 인사이트

  • ‘땅’과 ‘다리’라는 상징을 통해 문학적 텍스트가 철학적 질문을 품을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 가치관 충돌을 단순한 세대 차이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 변화와 개인 선택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는 사고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 한 텍스트를 통해 다양한 텍스트 외부 개념(문학 개념어, 사회사적 맥락, 상징 분석 등)을 연결하는 융합적 독해력 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돌다리』는 단순한 세대 갈등을 그린 소설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놓고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린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이 소설을 읽을 때는 갈등의 구조뿐 아니라, 그 갈등을 통해 인물이 무엇을 깨닫고 떠나는지를 중심으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 이 작품은 그저 오래된 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과 선택의 고민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살아 있는 문학이 됩니다.